온라인에는 온통 핫 플레이스를 광고하는 포스팅이 넘쳐난다. 그냥 참고삼아 쭉 지켜보다가 든 의문 하나. 과연 핫(hot)은 무엇이며, 쿨(cool)은 무엇이며, 힙(hip)은 무엇인가하는 질문이다. 다 비슷한 이야기 아니냐 싶겠지만, 실제로도 그렇게 쓰이고 있겠지만, 궁금한 것이다. 대체 그 뉘앙스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이며, 어떻게 해서 생긴 것인지.
실마리는 이 용어들이 어떤 감각에 호소하느냐에 있다. 첫째, 핫(hot)은 뜨거움이다. 여기서 열정, 땀, 활력, 태양, 바다, 선탠, 비키니, 클럽, 댄스, 콘서트, 샤우팅, 큰 음악소리, 거대한 관중, 맥주나 위스키, 육감적, 섹시 등이 연관 키워드로 떠오른다. 사람들이 빠글빠글하면 무조건 핫 플레이스로 불린다. 그러나, 나는 종종 소위 ‘핫플’에 가보면 실제로 온도가 높은 것이 아니라, 온탕에 사람들만 가득 들어찬 듯한 밋밋한 느낌을 받곤한다. 생기발랄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긴장과 기대감이 충만하고 고양된 느낌이 핫플의 핵심 조건이다. 그런데, 콘텐츠의 힘이 아니라, 홍보의 힘으로 사람들을 모아놓으니 그곳은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단지 거기 왜 와있는지 모르는 사람들만 가득한 도떼기 시장으로 귀결된 것이다. 사람들의 내면의 온도를 올려야 하는데, 바깥의 온도만 잔뜩 올려놓으면 결코 오래 유지될 수가 없다. 사우나를 만들 것인가, 비치를 열어놓을 것인가의 차이다.
둘째, 쿨(cool)은 차가움이다. 파란색 톤을 주조로 하고 형광등의 차가운 톤을 떠올리게 한다. 음악은 록보다 테크노나 시티 팝 쪽일 것이다. 혹은 재즈다. ‘멋’이 강조되고, ‘뒤끝이 없는 태도’와도 관련이 된다. 도시적, 시크, 도도함, 스포츠카, 요트, 호텔, 도시의 야경 등등. 모던한 느낌을 상기하면 된다. 땀 흘리는 것 싫어한다. 끈적거리는 것은 피부든 관계든 별로 내키지 않는다. 근육질보다는 스키니한 느낌을 선호한다. 래퍼들이 시도때도 없이 ‘쿠~~울’을 외칠 때는 ‘개 멋지다’정도의 느낌일 터이다. ‘핫’이 웬지 촌스럽다고 느껴질 때 ‘쿨’을 외치면 무난하다.
셋째, 힙(hip)은 온도가 아니다. 엉덩이나 허리 부위를 뜻하는 단어가 전용된 것인데, 자기 개성이 뚜렷하고, 남들과 다른 취향을 드러내는 태도를 말한다. 인디뮤직, 독립영화, 필름 카메라, 에코 프렌들리, 킨포크(kin folk), 브롬턴 자전거, 빈티지, 레트로, 인도와 네팔 혹은 산티아고 여행, 버닝맨 축제 등이 엮일 것이다. 의식적으로 주류 문화를 거스르려는 태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자기 자신만의 신념과 취향이 최우선으로 중요하다. 미국의 서브컬쳐에 심취한 이들을 통해 확산된 것인데, 풀이가 흥미롭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젊은 세대가 비주류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형성된 문화’란 것이다. 경제력이나 지식 수준은 높지만, 주류가 아닌 비주류에 끌리는 태도를 말한다. 이들 힙스터들은 종종 트렌드 세터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한국의 홍대문화를 형성한 초기 집단을 떠올릴 수 있겠다. 이들이 홍대 앞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난 이후에 성수동, 을지로, 구로 등으로 흩어지면서 힙스터 문화가 확산되었지만, 이내 그 동네를 핫플로 만들면서 이율배반적 존재양식을 보이고 있다.
대중들에게 사용되고 선호된 순서는 핫>쿨>힙 순일 것이다. 트렌드와 관련된 단어이지만, 최근으로 올수록 취향이 세분화 되고 개성화 되는 경향을 보인다. 집단적 유행이 아니라 더 고급화, 세련화 되는 것이다. 소비 수준은 일률적이지 않다. 과거에는 누구나 알아보는 비싼 명품으로 자기를 드러냈다면, 이제는 더 고가이더라도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 혹은 가격과 상관없이 희소성으로 자기 취향을 드러내는 정도까지 갔다. 이제는 그 취향의 세련미가 중요한 것이지, 어떤 고가의 물건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그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주에는 저마다 핫플이 되고자 하는 열망이 넘쳐나는 것 같다. 자영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그것 이상의 소원이 없을 것이다. 사람 숫자가 곧 매출이니 무슨 수를 쓰더라도 가게를 가득 채우고, 길게 줄을 세우는 마케팅을 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그런 공공연한 장사의 비결 앞에서 머뭇거린다. 물론 황리단 같은 극심한 경쟁 구도에 내몰린 상황과 유동인구도 별로 없는 지역에서 자영업을 하는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장사에서 꾸는 꿈이 매출 대박만 노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기대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즐겨 찾고, 와서 즐거운 공간을 만들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왜 그렇지 않겠나? 취향이 교감되는 공간, 스타일도 분위기도 관심사도 받아들여지고 잘 읽히는 곳, 그것 외에 다른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곳. 그것은 옛날 다방일 수도 있고, 노포일 수도 있고, 퀘퀘한 식당이나 포장마차 같은 술집일 수도 있다. 가까스로 그런 분위기로 인테리어를 해놓은 곳 말고, 실제로 그 공간이 그렇게 쓰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아우라가 있는 공간 말이다. 꾸민 것이 아니라 일상이 그런 곳.
힙스터는 겉을 꾸면서 될 일이 아니고, 자기 욕망과 취향을 잘 알고 있어야 가능한 어떤 태도이자 경지이다. 물론 그것이 경제력이나 경험치, 혹은 지식 수준으로 뒷받침 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런 것은 배후에 물러나 있는 것이고, 전면에는 술을 한 잔 마시든, 책을 몇 페이지 읽든, 짧은 글을 써내려가든, 낙서처럼 그림을 그리는 구체적으로 몸을 쓰는 행위로 드러나는 것이다. 몸을 쓰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감수성과 삶을 대하는 자세이다.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타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다시 제목이 던지는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경주에 핫플, 쿨플, 힙플이 있나? 핫플은 과잉이다. 저마다 핫플을 자임하고 나선다. 나는 웬만하면 그런 곳은 잘 안 간다. 내가 번호표로 간주되는 분위기도 싫고, 대부분 그 요란함에 값할 퀄리티를 갖고 있지 않다. 같은 비용과 시간을 들인다면 찾아볼 대안이 훨씬 많을 터이다. 쿨한 곳이라고 할만큼 세련미가 도도하게 넘치는 곳은 잘 없어 보인다. 쿨은 기본적으로 도시적 감수성이다. 지방 소도시에서는 쉽게 충족하기 어려운 항목이다. 보문단지의 호텔 쯤에서 잘 연출이 되면 그걸로 좋겠다. 그런 곳은 또 촌스러우면 안될 터이니. 힙한 곳? 드물지만 생기고 있다. 내가 리뷰나 소개로 찾아보려는 곳이 그런 공간이다. 물론 공간의 운영자가 힙스터여야 하겠지만, 힙스터 공간은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힙한 사람들이 즐겨 드나드는 곳이 힙스터 성지이니까. 그런 곳에 장착되어 있을 서브컬쳐는 어떤 것일지, 눈썰미 좋은 사람들 눈에는 띌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창의적으로 그런 공간을 활용할 것이다. 경주에 정말 필요한 것은 그런 공간일 것이라 생각한다. 경주 사는 힙저씨의 푸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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