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은 서민 음식이다. 허기를 달래는 일이 우선이거나, 소주 한 잔 곁들여 하루를 마감하는 순간의 여유를 누리는 것이 중한 일이니, 웬만하면 큰 불평 없이 먹게 된다. 하지만, 그런 만큼 눈이 번쩍 뜨이는 국밥을 만나면 경이로운 감정을 갖게 된다.
경주에도 국밥집이 많다. 독단적인 내 취향을 따라, 3곳만 골라보았다.



첫째는 돼지국밥.
중앙시장 뒤편에 있는 '소문난 돼지국밥'집이다. 주로 '섞어 국밥'을 먹는데, 음식이 나오면 부추를 몽땅 넣고, 다진 마늘과 청양고추도 넉넉히 하고, 새우젓으로 간을 맞춘다. 다진 양념을 넣기도 하지만, 보통은 맑게 먼저 먹다가 나중에 추가한다. 국물을 먼저 맛보고, 시켜 놓은 소주도 한 잔씩 털어 넣고, 새우젓 한 점을 고기 위에 얹어서 안주 삼아 먹는다. 이 집은 국물이 구수하고, 적절하게 간이 맞으면 먹기에 딱 좋은 맛을 내준다. 한 번씩 들러서 뜨겁게 돼지국밥을 먹고 나오면 그렇게 속이 든든할 수 없다.
주소: 경북 경주시 화랑로 42 1층




둘째는 소머리곰탕.
중앙시장 안에는 소머리곰탕집이 모여있는 구역이 있다. 소머리는 손질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보니 점차 사양산업이 되어 가는 모양이다. 주인장이 죄다 할매들이다. 이 분들 떠나시면 소머리곰탕은 어떻게 먹나 걱정이다. 이 곰탕집들 중에 양대 강자는 '울산집'과 '양북집'이다. 물어보니 친구들이 다 둘 중 한 집으로 일찌감치 취향 정렬을 끝내놓은 상태였다. 나는 울산파다. 다행히 이 집들은 그다음 세대 주인장들로 계승이 되고 있다. 국밥을 시켜놓고, 반찬은 각자 먹을 만큼 뜨면 되는데, 묵은 배추김치, 파김치, 마른반찬이 아주 맛깔나다. 곰탕은 보는 눈앞에서 소머리 수육을 부위별로 쓱쓱 썰어서 뜨거운 국물 넣고, 파 좀 넣어서 금방 내어준다. 지인 중에는 먹고 나서 맛있다고, 고향 계시는 어머니 사드리겠다고 따로 싸가기도 했다. 시장통의 떠들썩한 분위기와 더불어 정겨운 곰탕 한 그릇을 맛볼 수 있다.
주소: 경북 경주시 금성로 295 경주중앙시장 10동 15호




셋째는 소고기국밥.
나는 오랜 세월 소고기국밥 매니아였다. 경상도 스타일 소고기 국밥이 있다. 텁텁하지 않고 맑되, 빨간 국물로 알싸한 맛을 내면서, 밥과 잘 어우러져야 한다. 옛날에는 이런 스타일이 많았는데, 언젠가부터 선지국밥이 대세가 되는 바람에 온전한 소고기국밥 내는 곳 찾기가 힘들어졌다. 부산 해운대의 시내버스 종점에 이런 스타일의 소고기국밥집이 있고, 경주에는 동천동 시청 인근에 '두 번째로 잘하는 국밥집'이란 희한한 상호의 가게가 있다. '옛다, 일등은 느그가 맘대로 해라. 2등 자리는 흔들림 없다'는 기세로 가격도 착하다. 가보면 벽에 글귀가 많은 것이 주인장이 생각이 많은 사람인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이 집 국밥은 여하튼 보배롭다. 먹고 늘 은혜받는다.
'경주 맛집 추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경주의 최고급 미식 레스토랑 추천 (0) | 2025.07.23 |
|---|---|
| 경주에서 아침 식사 가능한 식당 추천 (0) | 2024.09.25 |
| 경주에 핫플, 쿨 플레이스,힙스터 성지가 있나? (1) | 2024.02.04 |
| 경주 비건 레스토랑 추천 (0) | 2024.01.13 |
| 경주의 위스키 칵테일 추천 맛집 리스트 (0) | 2024.01.13 |